"처음 널 봤을때…… 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?"

"어땠는데?"

 "9회 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 같았어."

 "뭐가?"

"너 4년 내내 그렇게 살았지? 내 느낌이 맞다면 아마도 그랬을 거야.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공,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? 삼진이다, 끝장이다, 라고!"

"……"

"바보야, 그건 볼이었어!"

"볼?"

"투 스트라이크 포 볼! 그러니 진루해!"

"진루라니?"

"이젠 1루로 나가서 쉬란 말이야…… 쉬고, 자고, 뒹굴고, 놀란 말이지.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봐.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. 물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겠지. 어차피 세상은 한통속이니까 말이야. 제발 더 이상은 속지 마. 거기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. 내가 보기에 분명 그 공은ㅡ이제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'볼'이었어."


박민규 [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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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살아온 삶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갈 삶이기도 한 모습을
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해줬다.

무한경쟁 사회에서 재밌는 말 솜씨로 잘 표현해낸듯.
특히 어렸을 때 야구경기를 보면서 곰돌이 인형을 저주했던 대목은
혼자 실실거리게 만들어 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했다..

이 소설을 읽고 나서

기립박수를 치는 중이다.!!